시인 조지훈의 酒道(주도) 18단계
酒聖, 酒仙임을 자처했던 조지훈 선생께서는
술을 마신 연륜, 술을 함께 마신 친구, 술을 마신 동기, 술을 마신 기
회,
그리고 술버릇 등을 묶어
술마시는 사람의 등급을 모두 18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.
호방하게 술마시는 것도 좋고 두주불사하는 것도 좋겠지만
스스로를 잘 가눌 수 있는 주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.
1. 부주(不酒) : 술을 아주 못 마시지는 않으나 안마시는 사람, 9급
2. 외주(畏酒) :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, 8급
3. 민주(憫酒) :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
겁내는
사람, 7급
4. 은주(隱酒) :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며 취할 줄도 알
지만
돈이 아까워서 홀로 숨어 마시는 사람, 6급
5. 상주(商酒) : 술을 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지만
무슨 잇속이 있어야만 술값을 내는 사람, 5급
6. 색주(色酒) : 성생활을 위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, 4급
7. 수주(睡酒) :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, 3급
8. 반주(飯酒) : 밥맛을 돋구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, 2급
9. 학주(學酒) : 술의 진경(珍景)을 배우면서 마시는 사람. 주졸(酒
卒), 초
급
10. 애주(愛酒) :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. 주도(酒徒), 1단
11. 기주(嗜酒) : 술의 참맛에 반한 사람. 주객(酒喀), 2단
12. 탐주(耽酒) : 술의 진경을 터득한 사람. 주호(酒豪), 3단
13. 폭주(暴酒) :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. 주광(酒狂), 4단
14. 장주(長酒) : 주도 삼매(三昧)에 든 사람. 주선(酒仙), 5단
15. 석주(惜酒) :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. 주현(酒賢), 6단
16. 낙주(樂酒) : 마셔도 그만, 안 마셔도 그만,
술과 함께 유유자적 하는 사람. 주성(酒聖),
7단
17. 관주(關酒) : 술을 보고 즐거워 하되 이미 마실 수 없게 된 사람.
주종(酒
宗), 8단
18. 폐주(廢酒) : 술로 인해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. 9단,
열반주
(涅槃酒)
이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단을 매
길 수가 없다.
부주·외주·민주·은주는 술의 진경(眞景)과 진미(眞味)를 모르는 술
의 문회한들이고
상주·색주·수주·반주는 목적을 위해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(眞
體)를 모르는 사람들이다.
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(酒卒)이란 칭호를 줄 수
있다.
반주는 2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부주가 9급이니
그 이하 척주(斥酒), 즉 술을 배격하는 반(反)주당들이다.
애주·기주·탐주·폭주는 술의 진미(眞味), 진경(眞景)을 득달한 사
람들이고
장주·석주·낙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번 넘어서
임운목적(任運目適)하는 사람들이다.
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을 주고 주도(酒徒)란 칭호
를 줄 수
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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